<1150호> 경제 흐름 바꾼 탄소국경세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4-02 (금) 14:14
경제 흐름 바꾼 탄소국경세

철강, 석유 제품 및 농축산물도 비용 부담…먹거리에도 영향



기후위기 및 환경보호 위해 불가피…3, 4년 후 적용코로나19 위기 가운데서도 세계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내 친환경 자동차의 판매도 늘어나 2020년 8월 전년 동월대비 9.5% 증가한 8640대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국가들의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경제 규범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규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다.

탄소국경세는 무엇?
탄소국경세란 EU가 자국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이미 1990년대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교통, 에너지, 농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여왔다. 그런데 이렇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조절하지 않고 생산된 다른 나라의 제품들이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EU의 제품들보다 가격경쟁력에 앞서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EU만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점도 분명한 한계로 드러났다. 이에 EU는 전 세계가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했고 그 결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는 해결책으로 ‘그린 딜’을 내세우며 2018년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 근거를 마련했고 2019년에는 역내외 이해관계자들 의견 수렴을 마쳤다. 2020년 7월 법안 초안을 발표한 뒤, 2023년에는 본격적인 도입을 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부적으로는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산업 ▲건축 ▲지속가능한 수송 ▲농식품 ▲생물다양성 등 6개의 정책 분야별 대응 계획을 포함시켰다. 
시작은 EU가 했지만 탄소국경세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올해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미국식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해 세계 무역 규범의 흐름에 큰 변화가 올 것을 시사했다. 미국 역시 미국과 교역하는 당사국들에는 2025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파리기후협약 복귀 선언은 ‘친환경’이란 트렌드를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탄소국경세, 철강·석유화학에 가장 큰 영향
탄소국경세가 우리나라의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는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만 약 6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가 더 강화되는 2030년엔 금액이 무려 1조8700억여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러 수출업종 중에서도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EU는 수출부분에서 철강과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철강의 경우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 석유화학은 5% 이상을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한다. 이 외에도 EU 주요 수출업종에 해당하는 전지, 자동차, 일반기계, 조선, 의약, 통신 등을 모두 합하면 2023년 내야 할 탄소국경세는 약 2900억 원, 2030년에는 이보다 증가한 약 7100억 원에 달한다.
대미 산업은 석유화학 분야가 관건이다. 석유화학 분야는 2030년 전체 수출액의 5.1%를 탄소국경세로 추가 지출해야 한다. 대미 무역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 석유, 컴퓨터, 통신, 가전, 전지 등 전체를 합치면 2023년에는 약 1100억 원을, 2030년에는 약 3400억 원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3년부터 2030년 사이 탄소국경세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탄소세가 2100억 원 정도인데, 2030년에는 약 82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중국 역시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담이 가장 클 예정이다.

농축산물에도 영향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한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자연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이 전략의 구체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농지의 25%를 유기농업화 하고, 농지의 10%는 생물 다양성이 큰 환경이 되도록 만들고자 한다. 여기에는 농약 사용 50% 감량, 비료 사용 20%감축, 축산 및 어류용 향균제 판매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탄소국경세가 산업 전반에 국한된 정책이 아니라 우리의 먹거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2016년 기준으로 총배출량의 3.1%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생산 단위의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삼는 반면, 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토지 이용, 모든 먹거리의 생산 과정, 해외 수입 농축산물까지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다. 이렇게 계산한 덴마크의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17%, 독일 6%, 영국 7%다. 전 세계 평균은 14%로 알려졌지만, 농림업과 토지 이용 부문을 포함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에 달한다. 게다가 농산물의 운송 중에 발생하는 부분까지 합하면 농업 부문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업, 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있다.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톤(t)당 1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 사업도 있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농업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농업기술을 적용해, 이를 인증받는 농식품 국가 인증제도다. 인증대상은 친환경 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 중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생산하는 식량작물, 특용작물, 채소, 과수 등 61개 품목이 해당된다. 농축산식품부는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해 농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함으로써 소득도 높일 수 있도록 저탄소 인증 농산물 품목을 늘려나가게 독려하는 한편, 유통 연계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와 지구 살리는 기후농부 등장
기후농부는 도시와 농촌에서 함께 어울려 농업을 실천하면서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생물다양성 증진에 앞장서며,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도시에서 기후농부가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도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는 ‘커피퇴비농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생두 12만t 정도를 수입하는데, 원두에서 커피를 0.2% 내리면, 나머지 99.8%는 찌꺼기 형태로 남는다. 대부분 쓰레기로 태워버리거나 땅에 묻는데, 그대로 묻으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메탄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가로수 화단에 넣어주면 대기가 순화되고 도시유기물 순환으로 탄소배출도 저감된다.
특히 커피찌꺼기는 질소와 인이 풍부해서 텃밭을 일구거나 화분에 식물을 키울 때 퇴비로 쓸 수 있다. 질소 성분이 약 2%이며 탄소와 질소 비율은 약 20:1로 식물 영양적 가치가 높고 중금속을 제거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탄소국경세로 산업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우리의 먹거리까지 영향을 주는 시점에서 기후농부가 돼 우리 삶에서 작은 노력으로 탄소절감을 실천할 수 있다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김진영 domabeam1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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