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9호>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 줄 음악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0-02-14 (금) 11:21


                                                      - 문자영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 줄 음악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이 살고 있는 곳은 완전히 조작된 세상, 모든 것이 가짜인 세상입니다.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지만, 정작 트루먼 본인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때 트루먼에게 실비아가 다가옵니다. 트루먼은 실비아를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런 실비아가 트루먼에게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두 가짜야’라고 알려주려 하지만, 감시망이 워낙 촘촘해 쉽지 않습니다. 트루먼과 실비아는 감시의 눈을 피해 바닷가로 달려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되고, 바로 이 장면에,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쇼팽의 음악이 흐릅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야말로 낭만적인 피아노 음악의 최고봉입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1810년에 태어나 1849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야상곡, 연습곡, 소나타, 즉흥곡, 왈츠, 폴란드 춤곡인 폴로네즈와 마주르카 등 작품들을 써냈고, 피아노 협주곡도 두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그중 ‘피아노 협주곡 1번 마단조’는 모두 세 악장으로, 오케스트라의 비장하고 웅장한 연주로 시작됩니다. 1번을 달고 있는 첫 번째 협주곡이지만, 본래 2번보다 늦게 작곡된 곡입니다. 악보 출판 시기 때문에 번호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쇼팽은 뛰어난 작곡가였던 동시에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대중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는데, 이때 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자주 연주했습니다. 특히 1830년 10월, 쇼팽은 그의 나라 폴란드에서의 마지막 연주를 하게 됩니다. 그날의 프로그램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는 오케스트라 서주로 시작됩니다. 피아노 없이 약 4분 남짓 오케스트라 연주가 꽤 길게 이어집니다. 이후 피아노 솔로로 넘겨집니다. 화려한 스케일의 독주입니다. 곡 초반의 비장함과 웅장함이 깃들어져 있는 단조의 선율이 이내 서정적으로 풀어집니다. 
힘 있고 패기가 넘치는 가운데, 감성을 건드리는 섬세하고 예민한 선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 연주에 이질감 없이 스며듭니다. 서주를 확실하게 장식했던 오케스트라 연주는 피아노를 확실하게 받쳐줍니다. 건반의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선율이 잘 살아납니다. 중반부 들어 다시 오케스트라만의 음악으로 펼쳐지고, 이는 피아노 솔로의 여리고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지고,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후반부는 오케스트라만의 음악이 다시금 출현하면서, 앞선 연주 흐름을 반복하며 마무리됩니다. 세 개의 악장 중 가장 무겁고 비중이 큰 악장입니다. 
2악장 로망스 라르게토는 영화 ‘트루먼 쇼’ 장면에 실제로 사용됐던 음악입니다. 트루먼과 실비아의 비밀스러운 만남 장면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선율이 흘렀습니다. 1악장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에너지 넘쳤던 1악장에 비해 다소 조심스럽고 여리게 시작됩니다. 피아노 선율이 달콤합니다.  
피아노의 오른손 멜로디가 명확하고 매끄럽게 흐르며 마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완전히 무장 해제시키는, 매우 시적인 부분입니다. 
3악장은 론도 비바체입니다. 전 악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활기찬 악장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발랄한 피아노 선율이 리드미컬하게 흘러갑니다.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음악 속에 피아노의 재기 발랄한 연주 기교가 빛납니다. 
1830년, 폴란드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난 후 평생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쇼팽. 현재는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이 5년 마다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로 모여듭니다. 지난 2015년엔 우리나라의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1위를 거머쥐며 현재는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당시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콩쿠르 최종 무대에서 이 곡을 선택해 연주한 바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음악입니다.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고, 외로움과 추위에 시린 가슴을 아름다움으로 시리게 할 음악,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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