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호> 재림문학상. 대학일반부 산문 부분(우수상) - 15성도 표류기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2-23 (화) 11:25
재림문학상 수상작
<대학일반부>  산문 부문 우수상


 15성도 표류기 

                      - 이 미 란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때의 일은 아련해지거나 흐릿해지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여전히 나에게 감동과 은혜로 이끄시는 성령님의 역사하심에 감사를 드린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수련회들을 떠난다. 그 당시 나는 선교회장을 맡고 있었고 어김없이 우리교회도 성도들을 모시고 화악산 근처로 1박 2일 수련회를 떠났다.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성도들과 헌신회를 잘 마치고, 당일 교회로 출발하는 아침이 되었다.
집사님들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는 동안 갑작스럽지만 우리는 가벼운 산책 및 산상 기도회를 다녀오기로 계획하고 산으로 올랐다.
나를 포함 8살 된 아들과 70세이신 아버지 그리고 집사님들과 장로님 모두 15명이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레이더 기지가 있는 곳까지였으며 예상 시간은 기도회를 포함, 왕복 시간으로 한 시간 남짓 정도였다.
아침 식사 전에는 충분히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라 자신한 나는 성도들을 이끌고 물 한 병도 챙기지 않은 채 별다른 준비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길에 올랐다.
산책길에 만나는 이슬을 머문 영롱한 풀잎과 이름 모를 들꽃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에 이끌리어 함께 찬양하며 올라가는 우리의 산책길은 너무나도 상쾌하고 행복했기에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전혀 예감하지 못한 채 그저 열심히 오르고 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가깝고도 선명하게 보이던 레이더 기지는 점점 우리 눈에서 흐릿해지며 멀어져 갔고 결국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순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에 덜컹 겁이 나기도 했지만, 나는 리더로서 이런 마음을 티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혼자서 가슴 졸이며 계속해서 성도들을 이끌고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길은 더 알 수가 없었고, 절박한 내 마음과는 달리 보란 듯이 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음을 알았다. 스스로 해결하려 했던 나의 교만함을 하나님 앞에 시인하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성도들에게 기도하기를 요청했다.
하나님께서 길을 안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며 험난한 길을 만나고 갈래 길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계속 기도했다. 
슬리퍼 차림으로 산에 오른 성도들은 이슬과 이끼 낀 험난한 산길에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풀숲에 상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옷들은 땀에 젖고, 몇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모르는 미로 같은 숲을 헤매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음을 안다.
기도의 힘은 잠시 잠깐이었을까? 결국 내가 마음속으로 염려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리더 하던 나를 더 이상은 못 믿겠다며 다른 길을 찾겠다고 앞서 나가는 장로님이 계셨고, 괜히 따라와서 이런 험난한 일을 겪는다며 불평을 하는 집사님과 이러다 모두 구출되지 못하고 이 산속에서 죽는 건 아니냐는 두려움에, 살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이 불신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여기저기서 자기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절망했다. 그리고 성도님들을 위로하며 호소했지만 나의 소리는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광야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던 모세를 떠 올리며 모세의 심정이 되었다. 
한참을 지나서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 나섰던 장로님은 모르는 길을 혼자 헤매다가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여 다시 돌아오셨고, 혼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다시 연합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했다.
하나님의 자녀로 믿음의 한 가족으로 수십 년을 섬기며 믿음 생활을 했지만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면 결국 우리는 추한 나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자기의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기도하며 걷기를 5시간가량, 헤매다 도착한 길은 이번엔 다름 아닌 낭떠러지였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다시 두려움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길에서 우리는 또다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미리 아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무릎을 다시 꿇게 하신 거다.
그 순간 열다섯 명의 성도들은 함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너나 할 것 없이 뜨겁게 회개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마친 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고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참을 내려다보다 문득 드는 생각에 돌을 하나 주워 낭떠러지 아래로 한 번 던져 보았다. 돌은 짧은 시간에 떨어졌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걸로 보아 낭떠러지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을 거란 생각과 함께 밑에 낙엽들이 푹신하게 덮여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낭떠러지를 확인하고 싶어 내려가려는 순간 성도들이 나를 막았다. 이 길이 아니면 우리는 희망이 없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성도들을 안심시키고 나는 미끄럼틀을 타듯 낭떠러지를 타고 내려갔다. 목숨을 걸고 내려간 길이었지만 안개 속에 잘 보이지 않아서 그랬지 낭떠러지는 그리 길지 않았고 그동안 쌓인 낙엽들로 푹신하고 안전했다. 나는 성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안전합니다! 내려와도 될 것 같습니다!”
성도들은 한 명씩 한 명씩 천천히 낭떠러지를 미끄러져 내려왔다. 단 한 명의 인사 사고 없이 하나님께서 15명을 안전하게 내리셨다.
바로 그때였다. 오랜 시간 동안 산속을 헤매며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우리 앞에 펼쳐진 건 다름 아닌 폭포가 흐르는 강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진정 오아시스 앞으로 인도하심을 알 수 있었다.
목을 축이고 물속에 몸을 담그며 잠시나마 산속을 헤매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터라 모두 지치고 힘들었지만 시원한 물로 기운을 다시 차린 우리는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힘든 70세의 아버지는 험한 길이 나올 때마다 어린 손자를 업고 걸으시며 자신의 몸보다 손자를 더 챙기시는 모습과 서로를 챙기며 부축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다 보니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산머루와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는 마치 하늘의 열두 과일이 열린 과일 나무를 본 것처럼 기뻐 환희의 박수를 치며 양손 한가득 열매를 따 성도들과 나눠 먹었다.
머루를 한가득 머물고 먹은 입가가 너나 할 것 없이 검게 물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터진 웃음보에 보여 지는 까만 치아는 더 큰 웃음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불만의 소리가 아닌 감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웃게 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맛있는 이런 유기농 과일을 우리가 언제 이렇게 먹어 보겠습니까?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말이다.
한참을 걷다 보면 서로 지쳐 침묵이 흐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 전과는 달리 불만은 찬양으로 바뀌었고 우리는 서로를 응원이라도 하듯 힘차게 찬양을 부르며 함께 용기를 주고 격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멀리 집 한 채가 보이기 시작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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